기후에너지북유럽 도시에게 배우는 에너지 전환 전략

2025 이클레이 공직자 해외연수 미리보기

북유럽 도시에게 배우는 에너지 전환 전략


오는 9월, 이클레이 한국사무소는 이클레이 회원 지방정부 7곳(광주시, 파주시, 제주특별자치도, 인제군, 경상남도, 노원구, 포항시)과 함께 북유럽의 에너지 전환 선도도시를 방문하여 에너지 전환 경험과 노하우를 배운다. 주요 방문지인 헬싱키와 말뫼는 어떤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지 미리 살펴보자.

 

에너지 전환은 왜 중요할까?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195개 국가가 기후위기 대응해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했고, 도시들 또한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다. 탄소중립이란 인간의 활동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남은 배출량은 흡수하거나 제거하여 실질적인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원인은 에너지 부문, 특히 전기와 열을 생산할 때 사용하는 화석연료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70~75%가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다. 산업공정, 농업, 폐기물도 기여하지만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따라서 기후위기에 실질적으로 대응하려면 기존의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체계를 재생에너지 기반 시스템으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은 물론, 전기를 저장하고 사용하는 기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설비, 건물과 교통의 전기화 등 도시의 모든 구조를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에너지 전환은 탄소중립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안보와 경제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 불안정성은 에너지 수급 위기를 실감하게 했고, 각국가 도시들은 에너지 자립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기술,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은 기후 대응을 넘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의 원천이기도 하다.


2024 우리나라 분야별 탄소배출량(출처: 포스코그룹 뉴스룸)


헬싱키의 석탄 사용 완전 중단과 지역난방 탈탄소화

2025년 4월, 헬싱키는 마지막 석탄화력 발전소인 살미사아리를 폐쇄하며 석탄 사용을 완전히 중단했다. 추운 기후로 난방 수요가 높은 헬싱키에서는 오랫동안 석탄이 난방 부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과거 지역난방 열 생산의 중심은 석탄 연소 기반의 열병합발전소였으며, 2015년 기준 난방 에너지의 약 60%가 석탄에서 나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헬싱키는 지역난방의 단계적인 탈탄소화를 추진하며, 전통적인 화석연료 중심에서 벗어나 전기와 분산형 열 생산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주요 대안으로는 바이오에너지, 전기보일러, 히트펌프가 있다. 바이오에너지는 주로 숲 부산물, 톱밥, 나무 껍질 등에서 유래한 바이오매스를 연료로 사용하고, 전기 보일러는 전기를 이용하여 물을 가열하는 장치이며, 히트펌프는 주변 환경(공기, 물, 지열 등)의 열을 흡수하여 난방에 활용하는 장치이다. 2023년 기준 지역난방의 탄소 배출량은 2022년 대비 약 30% 감소했고, 2025년에는 70%, 2030년에는 95% 감축이 기대된다.

헬싱키 에너지 공공기관(Helen)에 제시하는 지역난방 에너지원 변화(출처: Helen 웹사이트)

노란색:화석연료/연두색:바이오에너지/하늘색:히트펌프/남색:전기보일러

 

앞으로 헬싱키는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보일러와 히트펌프를 중심으로 에너지원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기보일러는 전력 가격 변동성에 유연성을 제공하고, 히트펌프는 에너지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유럽 최대 규모의 전기보일러와 세계 최대 규모의 공기 대 물 히트펌프를 건설 중이며, 각각 연간 약 3만 톤과 2만 6천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기대된다. 아울러 헬싱키는 공영주택공사와 협력해 건물 난방 소비를 최적화하고, 과도한 난방으로 인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있다. 또한 고객이 전력 소비가 적은 시간대로 난방 수요를 조절할 수 있도록 수요 반응 시스템을 개발해 에너지 비용 절감과 탄소 배출 감소에 기여하고 있다. 헬싱키의 석탄 사용 중단 사례는 지방정부의 강력한 리더십과 과감한 공공투자가 민간 혁신을 유도하고, 지역 고용 창출, 산업 전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말뫼시의 기후계약과 혁신적 에너지 시스템

말뫼시 하일리(Hyllie) 지구는 2020년, 전력과 열 에너지의 100%를 재생 가능 또는 재활용 에너지로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2011년 말뫼시가 에너지 기업(E.ON), 물·폐기물 관리기관(VA SYD)과 체결한 기후계약의 성과이다.

기후계약은 공공, 민간, 시민이 함께 기후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에 서명하여 이행을 약속하는 제도적 도구이다. 단순한 선언이 아닌, 정량적 목표 설정, 모니터링과 평가 체계, 피드백 및 인센티브 구조까지 포함된 이 계약은 도시 차원의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실질적인 실행 메커니즘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일리 지구에 적용된 대표 기술은 에크토그리드(Ectogrid)와 에크토클라우드(Ectocloud)이다. 에크토그리드는 분산형 열 에너지 네트워크로 건물 간에 저온의 열을 양방향으로 교환시킨다. 저온이기에 열손실이 적고, 필요시 각 건물에 설치된 히트펌프를 이용해 고온으로 전환한다. 에크토클라우드는 클라우드 기반 에너지 관리 시스템으로, 날씨, 실시간 에너지 수요, 건물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 열 생산과 소비를 자동으로 최적화한다. 시민은 자신의 에너지 소비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조절할 수 있으며, 친환경적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제공된다. 이 외에도 환승형 주차장(park and ride), 음식물 바이오가스화, 분리수거 의무화 및 교육, 전기차 기반 차량 공유 서비등 통합적 도시 지속가능성 솔루션이 도입되었다.


하일리 지구 1차 에너지 사용량 및 온실가스 배출량(출처: Malmö Climate-KIC 발표자료)

  • 빨간색: 기후계약이 없을 경우의 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 
  • 초록색: 기후계약을 통해 에너지 관리가 되었을 때 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
  • 파란색: 현재 추세를 기반으로 예측한 에너지 사용

 

실제 성과를 보면, 기후계약이 적용될 경우 2030년 하일리 지구의 1차 에너지 사용량은 예측 수요인 약 180GWh 수준으로 유지되지만, 계약이 없을 경우 390GWh를 초과할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큰 차이를 보인다. 기후계약이 없는 경우 36,000톤에 달하는 반면, 계약 목표가 달성될 경우 3,000톤 미만으로 줄어들어 90% 이상 감축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하일리 사례는 지속가능한 도시 전환을 위해 기술 도입만이 아니라, 건물 단열 효율, 자원 순환, 시민 참여, 교통 시스템 전환 등 도시 전반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후퇴한 재생에너지 목표, 지방정부가 앞장설 때

국제 기후단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AN)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추적 2023’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재생에너지 목표를 후퇴시킨 국가로서 최종 에너지 소비 중 재생에너지 비중 60개국 중 53위, 재생에너지 관련 일자리 비중은 선진국 중 최하위, 전환 속도는 연 1%포인트 미만 등 매우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 이 보고서는 단순한 재생에너지 비중이 아닌, 국가의 여건과 역량 대비 전환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한국이 여건대비 그에 걸맞은 전환 노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번 연수를 통해 한국 지방정부가 지역 차원의 재생에너지 목표를 상향하고, 이행을 적극 추진하여 재생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주도하는 핵심 주체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에너지 자립률 제고, 에너지 효율 개선,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도모하는 전략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을 통해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가길 바란다.

 

[참고자료]


○문의 : 빈지아 담당관 (jia.been@iclei.org / 031-994-3274)


이클레이 한국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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