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SDGs 인터뷰] 한지민 고양특례시 습지생태팀장

[어쩌다 SDGs, 어쩌다 인터뷰 14] 한지민 고양특례시 습지생태팀장 

습지 지킴이에서 드론 조종사까지, 한지민 팀장의 장항습지 스토리



이클레이 한국사무소가 한지민 고양특례시 습지생태팀장님을 처음 뵌 것은 생태계서비스지불제도(PES)* 관련 워크숍 자리였습니다. 당시 팀장님은 장항습지의 생태계서비스지불제도 추진 경험을 소개해주시고, 제도 실무자로서 가이드라인의 유연성 확보나 예산 항목 조정 필요성과 같은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해 주셨습니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바로 그 한지민 팀장님입니다. 장항습지 보전 업무를 “소중한 자연 자원을 지키는 감사하고 보람된 일”으로 여기는 따뜻한 열정을 가진 분이죠. 현장에서 땀 흘리며 쌓아온 장항습지 보전 경험과 제15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에 초청되어 국제 무대에서 당당히 습지보전 경험을 전달한 이야기를 통해 습지업무 그리고 지방정부의 국제활동 노하우를 알아봅시다.

 

<한국습지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고양시 습지 정책을 소개하는 한지민 팀장/출처:한지민팀장>

  


1. 반갑습니다. 팀장님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고양시 환경정책과에서 습지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습지는 전 세계 알려진 동식물 종의 약 40%가 서식하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능력이 뛰어나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중요한 생태계입니다. 따라서 습지를 보전하는 활동은 단순히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것을 넘어, 기후 적응과 완화를 위한 효과적인 자연기반 해법(NbS)**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장항습지 관리 경험과 현장에서 얻은 사례를 공유하여, 다른 지방정부나 관련 업무를 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2. 지난 7월, 고양특례시가 ‘제15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 초청되어 장항습지를 소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와 고양시의 주요 활동에 대해 들려주세요.

람사르 협약은 1971년 2월, 이란 람사르에서 습지 보전을 위해 체결된 국제 조약으로, 현재 172개국이 가입하고 있으며 습지 단일 생태계에 초점을 맞춘 유일한 국제 조약입니다. 3년마다 각국 대표가 모여 습지 보전과 현명한 이용 방안, 향후 3년간의 실행 계획을 논의하는 총회가 개최됩니다. 올해 제15차 총회는 2025년 7월 23일부터 31일까지 아프리카 짐바브웨 빅토리아 폴스에서 ‘모두의 미래를 위한 습지 보호’라는 주제로 열렸습니다.

고양시는 총회 부대행사인 ‘번영하는 습지, 번영하는 도시’에서 드론을 활용한 겨울철새 먹이주기 사업을 습지보전 우수 사례로 소개해 달라는 초청을 받았습니다. 이 사례는 기존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 관리 사례로 국제적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 겪은 문제 해결을 위해 이클레이 한국사무소와 협력하고 람사르 총회 준비단에 소개해 주셔서, 고양시가 습지보전 우수사례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총회에 참석해서는 우수사례 발표와 함께 장항습지를 국제적으로 홍보하였으며, 다양한 국제 기관·단체·전문가와의 네트워킹을 통해 도시 생물다양성 관리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제15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서 무손다 뭄바 람사르협약 사무총장(가운데에서 좌)과 이동환 고양시장(가운데에서 우)/출처:한지민팀장>


 

3. 장항습지에 대해 람사르협약 사무총장은 “시민과 행정이 함께 지켜낸 도심형 습지의 모범사례”라고 평가했는데요. 장항습지가 어떤 곳인지, 모범사례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보전과 관리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고양 장항습지는 한강 하구와 서해가 만나는 7.6km 구간에 위치하며,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역으로 버드나무와 말똥게가 공생하고 있습니다. 매년 약 3만여 마리의 물새가 도래하며, 이동성 철새의 중요한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합니다. 국제적으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2021년 5월 21일, 장항습지는 대한민국 24번째 람사르 습지(No.2448)로 등록되었고, 2019년에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 143호로 등재되었습니다. 

특히 겨울철 재두루미와 개리 등 멸종위기 철새의 안정적 서식을 위해, 시는 농가와 계약을 맺고 볏짚을 깔아주거나 수확한 벼를 수매하여 먹이로 제공하는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장항습지는 접경지역에 위치해 지뢰 위험과 겨울철이면 발생되는 조류독감으로 먹이주기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어, 시에서는 사람과 철새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드론을 활용해서 먹이주기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먹이를 공급할 수 있었고 작년 12월부터 올 3월까지 시민 봉사자들이 매주 2회씩 참여해 약23톤 먹이를 살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족한 먹이는 국세청에서 압수되어 폐기 예정이었던 곡물을 기부받아 재활용하는 등 자원 선순환 효과도 얻었습니다.

 


4. 지방정부가 람사르 총회처럼 큰 국제회의에서 정책을 발표하고 관계자들과 교류하는 일은 도시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만, 준비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른 지방정부가 참고할 수 있게 국제활동 경험을 공유해주세요.

지방정부가 국제사회에서 활동을 소개하고 기관과 교류하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고양시 습지 보전 활동을 우수사례로 선정하고 발표하기까지, 발표 자료 제작과 홍보물 준비, 현장 운영 등 다양한 준비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행사 준비에서는 특히 자료의 전문성·명확성 확보와 국제적 시각에서의 메시지 구성에 신경을 썼습니다. 많은분들과 협력한 결과 발표나 홍보에 대한 현지 평가가 좋았고, 장항습지와 관련해 국제적 협력 기회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지방정부의 국제 교류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전문성과 연속성 부족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양시는 장항습지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외부 전문가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5. 한지민 팀장님과 고양-이클레이 협력 사업을 함께하며, 습지생태 업무에 대한 팀장님의 남다른 열정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계신지, 또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장항습지는 한강 하구 습지보호지역 중 유일한 람사르 습지이며, 국내 내륙 습지 중 두 번째로 큰 습지입니다. 장항습지처럼 우수한 자연 자원을 보전하는 일에 제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데 감사함이 있고 무엇보다도 큰 보람이 됩니다.

작년부터 운영 중인 람사르 고양 장항습지생태관은 기존에 군인들이 사용하던 막사를 리모델링했는데, 지뢰 사고 후 습지 내 탐방이 어려워지자 다양한 공간 연출을 통해 간접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생태관 시설을 기획하고 완성해 가는 하나하나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장항습지 보전이 제게는 소명으로 다가왔습니다.

현재 장항습지생태관은 정식 개관을 앞두고 탐방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시민들에게 습지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생태교육과 생태관광의 거점시설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드론을 활용한 겨울철새 먹이주기를 준비 중인 한지민 팀장과 자원봉사자들출처:한지민팀장 >



6. 습지생태팀장으로서 지금까지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는지, 그리고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는 다른 공직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응원의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매 순간이 의미가 있지만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드론을 활용해 철새 먹이주기를 진행한 경험입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드론 1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추운 겨울에도 매주 2회 봉사자들과 만나 먹이주기 활동을 했습니다. 이를 통해 장항습지의 수 많은 철새들은 안전하게 겨울을 나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자연은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더라도, 꾸준한 노력과 협력을 하면 반드시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줍니다. 같은 업무를 하는 공직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혼자서는 어려워도 함께라면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봉사자와 시민, 전문가와 협력하며 작은 실천을 이어가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생태계서비스지불제도(Payment for Ecosystem Services, PES): 자연이 제공하는 혜택을 유지·확대하기 위해 보전 활동을 하는 사람에게 경제적 보상을 지급하는 제도.

**자연기반 해법(Nature-based Solutions, NbS): 자연의 기능과 과정을 활용해 기후변화, 재해, 생물다양성 손실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 문의 : 빈지아 담당관(031-994-3274/jia.been@iclei.org)


이클레이 한국사무소

이클레이 한국사무소
(10390) 경기도 고양특례시 일산서구 킨텍스로 217-59 사무동 502호
TEL: 031-255-3257 / FAX : 031-256-3257
Email : iclei.korea@icle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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